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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로테르담항: 자율운항 선박, 실제 항만 운영에 도전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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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을 넘어, 일반 선박 사이를 운항하다

자율운항 선박이 정해진 항로를 따라 움직이는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주변 선박이 없는 통제된 수역이라면 선박의 위치를 인식하고, 미리 설정된 경로를 따라 운항하는 기술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항만은 다릅니다. 대형 상선과 내륙수로 선박, 예인선과 작업선이 끊임없이 오가고, 선박마다 속도와 목적지가 다릅니다. 부두에서 출항하고 좁은 수로를 지나 다시 접안하는 과정에서는 주변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따라서 자율운항의 실질적인 경쟁력은 선박을 움직일 수 있는지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실제 운항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지에서 확인됩니다.

2026년 6월, 유럽 최대 항만인 로테르담항에서는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증이 진행됐습니다.

내륙 컨테이너선 MS Letitia가 일반 선박이 운항 중인 항만에서 스스로 부두를 출발해 강과 항만 구간을 지나 다른 터미널에 접안한 것입니다. 자율운항 기술이 폐쇄된 시험장을 벗어나 실제 물류가 이루어지는 항만 안으로 들어온 순간이었습니다.

터미널에서 터미널까지, MS Letitia의 자율운항

로테르담항이 자율운항 내륙선박에 주목하는 이유는 새로운 선박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로테르담항에서 처리된 컨테이너와 벌크화물은 내륙수로와 철도, 도로를 통해 유럽 각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이 가운데 내륙수로 운송은 도로의 혼잡을 줄이고, 대량의 화물을 에너지 효율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화물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내륙수로 운송의 비중을 유지하고 확대하려면 운항의 유연성과 효율성, 신뢰성을 높여야 합니다. 로테르담항만공사는 자율운항이 새로운 물류 운영방식을 가능하게 하고, 내륙운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터미널 간 정기적인 단거리 운송은 항로와 업무가 비교적 반복적입니다. 이러한 구간에 자율운항이나 고도화된 항해지원 시스템을 적용하면 운항 스케줄을 보다 유연하게 구성하고, 선원의 조종 부담을 줄이며, 운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항로와 속도를 지속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자율운항 시스템을 선박에 설치하는 것만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터미널의 작업 일정과 항만 교통정보, 선박의 운항계획이 함께 연결되어야 하며, 장애나 통신 두절, 예상하지 못한 선박의 움직임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운영기준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결국 자율운항은 선박 자동화 프로젝트이면서 동시에 항만과 물류체계 전체를 연결하는 운영 혁신 프로젝트입니다.

Lessons Learned: 자율운항은 실제 운영환경에서 완성된다

로테르담항의 사례는 자율운항 기술이 시험선을 움직이는 단계에서 실제 물류환경 안에서 역할을 검증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첫 번째 교훈은 자율운항 기술은 개별 기능이 아니라 전체 업무 흐름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로 추종이나 장애물 감지 기능이 각각 잘 작동하더라도, 이안부터 운항과 회피, 접안까지 안정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MS Letitia의 실증은 여러 자율운항 기능을 터미널 간 하나의 운항 과정으로 통합해 시험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자동화 수준과 사람의 책임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실증에서도 선장은 최종 책임자로 남아 언제든 운항에 개입할 수 있었습니다. 가까운 미래의 자율운항은 선원을 한 번에 없애기보다, 시스템이 정상 운항과 반복적인 판단을 지원하고 사람이 예외 상황과 최종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형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자율운항은 선박 한 척만의 기술로 구현되지 않습니다.

선박이 주변을 인식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선박의 예정 항로와 항만의 교통정보를 공유받고 관제센터 및 터미널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항만당국과 선사, 선박 운영사, 터미널, 기술기업이 함께 데이터와 통신,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로테르담항이 보여준 것은 단순히 스스로 움직이는 선박이 아닙니다.

선박과 항만, 관제시스템과 터미널을 하나의 운항체계로 연결하고, 실제 항만을 기술의 시험장으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자율운항의 다음 경쟁은 선박이 혼자 얼마나 잘 움직이는가보다, 수많은 선박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실제 항만 안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