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뉴스레터

  • 교육 자료
  • 리포트/뉴스레터

[칼럼] MSC × Jotun: 수중로봇이 바꾼 선체관리

2026-09-16
107

오염된 뒤 세척하는 방식에서, 오염되기 전에 관리하는 방식으로

선박의 연료효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은 엔진이나 운항 방식에만 있지 않습니다.

바닷물에 잠긴 선체 표면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얇은 점액질과 미생물이 붙고, 이후 해조류나 따개비와 같은 해양생물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선체부착생물오염(Biofouling)입니다.

선체에 오염물이 쌓이면 물과의 마찰저항이 커집니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엔진이 더 많은 출력을 내야 하고, 그만큼 연료 소비와 탄소배출도 증가합니다. 선박의 운항성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선체에 붙은 생물이 다른 항만으로 이동하면서 외래종을 확산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제는 선체 아래의 상태를 육상이나 선상에서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방오도료로 오염을 억제하고, 선박의 성능이 저하되거나 일정한 주기가 도래하면 잠수부를 투입해 선체를 검사·세척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오염이 진행된 뒤 대응하면 선박은 그전까지 높아진 저항을 안고 운항해야 합니다. 세척이 필요한 항만과 작업 일정을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는 제약도 있습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MSC와 노르웨이 도료기업 Jotun은 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고 있습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선체 오염 가능성을 예측하고, 선박에 탑재된 수중로봇이 오염이 심해지기 전에 선체를 검사하고 청소하는 방식입니다.

MSC Daniela에 탑재된 ‘Hull Skating Solutions’

선체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연료효율입니다.

오염물로 인한 마찰저항을 줄이면 선박은 같은 속도를 보다 적은 출력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연료 사용량이 감소하면 운항비뿐 아니라 탄소배출도 함께 줄어듭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체관리를 생물다양성의 관점에서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선체에 붙은 해양생물이 선박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기존 생태계에 없던 외래종이 새로운 해역에 유입될 수 있습니다. HSS는 생물이 크게 성장한 뒤 제거하는 대신, 초기 오염 단계에서 제거함으로써 선박을 통한 종의 이동 가능성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MSC와 Jotun 역시 MSC Daniela 도입의 기대효과로 연료 절감과 탄소배출 감축뿐 아니라 항만 간 생물종 이동 억제를 제시했습니다.

결국 선체관리는 더 이상 도료를 칠하고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단순 정비업무에 머물지 않습니다.

선박의 운항성능과 연료비, 탄소규제 대응, 해양생태계 보호가 하나의 관리체계 안에서 연결되고 있습니다.

Lessons Learned: 해양 AX는 수면 아래에서도 시작된다

MSC와 Jotun의 사례는 해양산업의 AX가 사무실의 생성형 AI나 선교의 자율운항 시스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첫 번째 교훈은 정비의 기준을 일정이 아니라 실제 상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체를 몇 개월마다 검사할 것인지 미리 정하는 방식보다, 선박별 운항조건과 환경데이터를 분석해 오염 가능성이 높은 시점을 찾아내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오염이 심해진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성능 저하가 발생하기 전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데이터 분석이 실제 작업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디지털 시스템은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상 여부를 알려주는 데서 끝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경고 이후 누가, 언제,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HSS는 알고리즘이 작업 시점을 제안하고, 선박에 탑재된 로봇이 검사와 세척을 수행하며, 작업 결과를 다시 데이터로 남깁니다. 데이터와 장비, 현장 운영 프로세스가 하나로 연결될 때 디지털 기술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완전한 무인화보다 사람과 기술의 역할을 현실적으로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HullSkater는 사람이 하기 어렵고 위험한 수중 작업을 대신하지만, 운영자가 원격으로 로봇을 제어하고 선박과 일정을 조정합니다. 기술은 사람을 한 번에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역할을 재구성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술일수록 성과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검증해야 합니다.

연료 절감과 탄소감축은 선사의 비용과 규제 대응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급기업이 제시하는 예상효과만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MSC와 Jotun의 사례에서 LR의 시스템 승인과 DNV의 장기 운항 데이터 검증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 네 가지를 종합하면, HSS가 보여주는 변화는 단순히 선체 청소를 로봇으로 자동화한 것보다 더 큽니다. 정해진 주기에 따라 점검하고 문제가 발생한 뒤 조치하던 운영방식 자체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태를 예측하고 필요한 시점에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선체관리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엔진과 주요 설비의 예지정비, 연료와 항로 최적화, 항만 장비 유지관리, 해양환경 관리 등 선박과 항만의 다양한 업무에서도 같은 구조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상 징후를 먼저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앞당기는 방향입니다.

결국 해양산업의 AX는 개별 업무에 AI나 로봇을 하나씩 도입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현장의 상태를 파악하고, 기술이 다음 행동을 지원하며, 실제 실행 결과가 다시 새로운 판단으로 이어지는 운영체계를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체계가 자리 잡을수록 해양산업의 경쟁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잘 대응하는가를 넘어, 문제가 커지기 전에 얼마나 먼저 발견하고 움직일 수 있는가에서 차이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