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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MSC × Jotun: 수중로봇이 바꾼 선체관리

오염된 뒤 세척하는 방식에서, 오염되기 전에 관리하는 방식으로

선박의 연료효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은 엔진이나 운항 방식에만 있지 않습니다.
바닷물에 잠긴 선체 표면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얇은 점액질과 미생물이 붙고, 이후 해조류나 따개비와 같은 해양생물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선체부착생물오염(Biofouling)입니다.
선체에 오염물이 쌓이면 물과의 마찰저항이 커집니다. 같은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엔진이 더 많은 출력을 내야 하고, 그만큼 연료 소비와 탄소배출도 증가합니다. 선박의 운항성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선체에 붙은 생물이 다른 항만으로 이동하면서 외래종을 확산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제는 선체 아래의 상태를 육상이나 선상에서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방오도료로 오염을 억제하고, 선박의 성능이 저하되거나 일정한 주기가 도래하면 잠수부를 투입해 선체를 검사·세척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오염이 진행된 뒤 대응하면 선박은 그전까지 높아진 저항을 안고 운항해야 합니다. 세척이 필요한 항만과 작업 일정을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는 제약도 있습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MSC와 노르웨이 도료기업 Jotun은 이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고 있습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선체 오염 가능성을 예측하고, 선박에 탑재된 수중로봇이 오염이 심해지기 전에 선체를 검사하고 청소하는 방식입니다.
MSC Daniela에 탑재된 ‘Hull Skating Solutions’
MSC는 2026년 6월 중국에서 진행된 컨테이너선 MSC Daniela의 드라이도킹 기간에 Jotun의 Hull Skating Solutions, HSS를 설치했습니다. 양사는 같은 해 8월 HSS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협약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HSS는 단순한 수중 청소로봇이 아닙니다.
수중로봇 HullSkater, 전용 방오도료 SeaQuantum Skate, 선체 오염 예측 시스템, 원격 운영 서비스와 기술지원이 하나로 결합된 선체관리 솔루션입니다. 목표는 선체에 오염이 쌓인 뒤 대규모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오염을 반복적으로 제거해 운항기간 내내 ‘항상 깨끗한 선체’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MSC Daniela에는 먼저 HullSkater의 반복적인 접촉과 세척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SeaQuantum Skate 도료가 적용됐습니다.
일반적인 도료 위에 청소장비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도막이 손상되거나 성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SeaQuantum Skate는 HullSkater의 비마모성 브러시와 함께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개발돼, 선체를 지속적으로 세척하면서도 방오도료의 성능을 유지하도록 설계됐습니다.
그 위에서 실제 검사와 세척을 담당하는 장비가 HullSkater입니다.
HullSkater는 선박에 상시 탑재되며, 선체에 붙은 초기 단계의 점액질과 미생물을 제거합니다. 해조류나 따개비처럼 단단한 오염으로 성장한 뒤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초기 단계에서 오염의 성장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이 시점을 정하고, 수중로봇이 움직인다
선체를 항상 깨끗하게 유지한다고 해서 로봇이 매일 선체를 돌아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Jotun은 선박의 운항조건과 환경정보, 기존 오염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체에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분석합니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오염 위험이 높아졌다고 판단하면 원격 운영자가 선박과 일정을 조율해 HullSkater의 검사 작업을 진행합니다.
HullSkater는 선체에 설치된 전용 스테이션에서 물속으로 투입됩니다. 자석식 바퀴를 이용해 선체 표면에 붙어 이동하며, 여러 대의 카메라와 센서로 수중 상태를 확인합니다.
검사 과정에서 초기 오염이 발견되면 원격 운영자가 브러시를 작동시켜 바로 세척합니다. 세척이 필요하지 않으면 검사 결과만 기록하고, 다음 오염 예측과 유지관리 계획에 활용합니다.
작업은 선박이 항만에 접안해 있거나 묘박 중일 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잠수부가 직접 물속에 들어가지 않으며, 통신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육상의 Jotun 운영센터가 로봇을 원격으로 제어합니다. Jotun은 여러 지역의 운영 허브를 통해 24시간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HullSkater가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완전 자율로봇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은 언제 검사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고, 로봇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중에서 검사와 세척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작업 일정은 선박과 협의하고, 로봇의 실제 운전과 세척 여부는 원격 운영자가 결정합니다.
즉, 모든 업무를 자동화하기보다 데이터가 판단을 지원하고, 로봇이 물리적인 작업을 수행하며, 사람이 전체 작업을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정기관리에서 ‘상태 기반 관리’로
기존 선체관리는 대부분 일정한 주기나 성능 저하를 기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드라이도킹 시점에 선체를 정비하거나, 연료 소비가 증가하고 운항성능이 떨어진 뒤 수중검사와 세척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일정에 따라 관리한다는 점에서는 단순하지만, 실제 선체 상태와 작업 시점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HSS는 선박별 운항조건과 오염 위험을 분석해 필요한 시점에만 검사와 세척을 시행합니다.
예를 들어 고수온 해역을 운항하거나 항만에서 장기간 대기하는 선박은 오염 위험이 빠르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저수온 해역을 계속 운항하는 선박은 상대적으로 오염 진행이 느릴 수 있습니다. 동일한 주기를 모든 선박에 적용하기보다, 각 선박의 운항환경과 선체 상태에 따라 관리 시점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설비가 고장 난 뒤 수리하는 사후정비에서 센서와 데이터를 활용해 고장 가능성을 미리 판단하는 예지정비와 유사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HSS에서는 데이터 분석이 보고서 작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알고리즘이 검사 시점을 제안하면 선박에 탑재된 로봇이 실제 수중 작업을 수행하고, 그 결과가 다시 다음 판단을 위한 데이터로 축적됩니다.
예측과 검사, 작업과 기록이 하나의 유지관리 과정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실험을 넘어, 실제 운항성과를 검증하다
MSC와 Jotun의 협력은 2026년에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MSC는 2020년 14,000TEU급 컨테이너선 MSC EVA에 HSS를 적용하는 첫 상업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MSC EVA는 수온과 운항환경이 서로 다른 다양한 해역을 운항해 생물오손 위험이 큰 선박으로 평가됐습니다. MSC는 이러한 환경에서 HSS를 적용해 선체 오염과 연료효율을 관리하고자 했습니다.
이후 HSS는 실증을 넘어 독립적인 검증 절차를 거쳤습니다.
2025년 Lloyd’s Register는 HullSkater와 SeaQuantum Skate의 결합에 대해 업계 최초의 통합 방오시스템 형식승인을 부여했습니다. 로봇의 세척성능뿐 아니라 반복적인 세척이 도료에 미치는 영향, 세척 전후의 선체 상태, 수질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입니다.
2026년 5월에는 DNV가 실제 운항 중인 선박의 검사·성능 데이터를 바탕으로 HSS의 성과를 독립적으로 검증했습니다.
DNV는 HSS가 적용된 33척의 수중검사 자료와 12척의 운항성능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성능 분석에는 선박당 평균 3.5년의 운항자료가 활용됐으며, 그 결과 검증기간 동안 선체가 깨끗한 상태를 유지했고 측정 가능한 수준의 속도 손실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선체에 오염이 쌓이면 같은 출력을 사용하더라도 선박의 속도가 떨어집니다. 반대로 같은 속도를 유지하려면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속도 손실이 측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선체의 유체역학적 성능이 운항기간 동안 유지됐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 결과는 MSC Daniela 한 척의 도입 전후를 비교한 성과가 아니라, HSS를 사용한 여러 선박의 데이터를 종합한 시스템 차원의 검증 결과입니다.
MSC Daniela는 2026년 6월부터 HSS를 운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해당 선박만의 연료 절감률이나 탄소배출 감축량은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성과는 HSS라는 관리방식이 다양한 선박의 실제 운항환경에서 선체 청결과 속도 성능을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2020년 MSC EVA에서 시작된 상업 적용이 형식승인과 운항 데이터 검증을 거쳐 2026년 MSC Daniela로 이어졌다는 점은, 이 기술이 일회성 실험을 넘어 반복 적용할 수 있는 운영 솔루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선체관리는 연료와 탄소, 해양생태계를 함께 관리하는 일
선체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연료효율입니다.
오염물로 인한 마찰저항을 줄이면 선박은 같은 속도를 보다 적은 출력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연료 사용량이 감소하면 운항비뿐 아니라 탄소배출도 함께 줄어듭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체관리를 생물다양성의 관점에서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선체에 붙은 해양생물이 선박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기존 생태계에 없던 외래종이 새로운 해역에 유입될 수 있습니다. HSS는 생물이 크게 성장한 뒤 제거하는 대신, 초기 오염 단계에서 제거함으로써 선박을 통한 종의 이동 가능성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MSC와 Jotun 역시 MSC Daniela 도입의 기대효과로 연료 절감과 탄소배출 감축뿐 아니라 항만 간 생물종 이동 억제를 제시했습니다.
결국 선체관리는 더 이상 도료를 칠하고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단순 정비업무에 머물지 않습니다.
선박의 운항성능과 연료비, 탄소규제 대응, 해양생태계 보호가 하나의 관리체계 안에서 연결되고 있습니다.
Lessons Learned: 해양 AX는 수면 아래에서도 시작된다
MSC와 Jotun의 사례는 해양산업의 AX가 사무실의 생성형 AI나 선교의 자율운항 시스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첫 번째 교훈은 정비의 기준을 일정이 아니라 실제 상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체를 몇 개월마다 검사할 것인지 미리 정하는 방식보다, 선박별 운항조건과 환경데이터를 분석해 오염 가능성이 높은 시점을 찾아내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오염이 심해진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성능 저하가 발생하기 전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데이터 분석이 실제 작업까지 연결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디지털 시스템은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상 여부를 알려주는 데서 끝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경고 이후 누가, 언제,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HSS는 알고리즘이 작업 시점을 제안하고, 선박에 탑재된 로봇이 검사와 세척을 수행하며, 작업 결과를 다시 데이터로 남깁니다. 데이터와 장비, 현장 운영 프로세스가 하나로 연결될 때 디지털 기술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완전한 무인화보다 사람과 기술의 역할을 현실적으로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HullSkater는 사람이 하기 어렵고 위험한 수중 작업을 대신하지만, 운영자가 원격으로 로봇을 제어하고 선박과 일정을 조정합니다. 기술은 사람을 한 번에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역할을 재구성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술일수록 성과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검증해야 합니다.
연료 절감과 탄소감축은 선사의 비용과 규제 대응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급기업이 제시하는 예상효과만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MSC와 Jotun의 사례에서 LR의 시스템 승인과 DNV의 장기 운항 데이터 검증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 네 가지를 종합하면, HSS가 보여주는 변화는 단순히 선체 청소를 로봇으로 자동화한 것보다 더 큽니다. 정해진 주기에 따라 점검하고 문제가 발생한 뒤 조치하던 운영방식 자체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태를 예측하고 필요한 시점에 선제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선체관리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엔진과 주요 설비의 예지정비, 연료와 항로 최적화, 항만 장비 유지관리, 해양환경 관리 등 선박과 항만의 다양한 업무에서도 같은 구조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상 징후를 먼저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앞당기는 방향입니다.
결국 해양산업의 AX는 개별 업무에 AI나 로봇을 하나씩 도입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현장의 상태를 파악하고, 기술이 다음 행동을 지원하며, 실제 실행 결과가 다시 새로운 판단으로 이어지는 운영체계를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체계가 자리 잡을수록 해양산업의 경쟁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잘 대응하는가를 넘어, 문제가 커지기 전에 얼마나 먼저 발견하고 움직일 수 있는가에서 차이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