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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업의 AI 활용 변화

AI 활용, 어디까지 왔을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에서 AI를 활용한다는 것은 다소 실험적인 의미에 가까웠습니다. 새로운 AI 서비스를 도입해보고, 문서 초안을 작성해보고, 회의록을 요약하거나 번역을 맡겨보는 수준이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통해 업무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동시에 “그래서 실제 업무 방식이 얼마나 바뀌었는가?”라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제 AI 활용의 무게중심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AI를 단순히 새로운 기술로 체험하는 단계를 지나,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AI 활용의 초점이 기술 도입에서 업무 적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AI 활용이 “이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면, 최근의 AI 활용은 “우리 업무의 어떤 영역을 AI로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이는 작아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변화입니다. AI가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보다, 기술이 적용되는 업무의 구조와 활용 방식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단편적 기술 도입에서 업무 적용으로
초기 AI 도입은 주로 개인 생산성 향상에 집중되었습니다. 보고서 초안 작성, 이메일 작성, 문서 요약, 번역, 아이디어 발굴처럼 개별 직원이 자신의 업무를 조금 더 빠르게 처리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이 단계에서도 AI는 분명히 유용했습니다. 기존에는 수십 분이 걸리던 초안 작성이나 자료 정리가 몇 분 안에 가능해졌고, 반복적인 문장 작성이나 번역 업무의 부담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개인 생산성 향상만으로는 기업 전체의 업무 방식이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직원 한 명이 AI를 잘 쓰는 것과, 조직의 핵심 업무 프로세스가 AI를 중심으로 개선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실제 기업들이 최근 주목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AI 활용은 이제 개인 단위의 도구 사용을 넘어, 부서 단위의 업무 효율화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문의 유형을 분류하고, 답변 초안 작성을 지원하며, 내부 규정과 과거 문서를 검색해 담당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AI가 단순히 글을 써주는 도구가 아니라, 업무 흐름 속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병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일부 기업들은 AI를 전사 프로세스 개선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업, 운영, 재무, 고객 대응, 리스크 관리 등 여러 부서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AI가 개별 업무를 돕는 수준을 넘어, 조직의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 자동화에서 의사결정 보조로
기업의 AI 활용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자동화의 개념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자동화는 주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반복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양식에 맞춰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특정 조건에 맞는 문서를 분류하거나, 승인 절차에 따라 업무를 다음 단계로 넘기는 식입니다. 이러한 자동화는 업무 속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예외 상황이 발생하거나 복잡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최근의 AI 활용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AI는 단순히 정해진 절차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데이터를 함께 읽고 상황을 해석하며, 담당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문의가 들어왔을 때 AI는 단순히 답변 문장을 생성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고객의 과거 거래 이력, 현재 운송 상황, 관련 규정, 유사 문의 사례를 함께 참고해 담당자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면 좋을지 제안할 수 있습니다. 운항이나 물류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선박 위치, 항만 혼잡, 기상 정보, 스케줄 변경 가능성을 종합해 지연 가능성을 알려주거나, 대체 대응 방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AI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AI는 사람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고, 놓치기 쉬운 신호를 알려주며, 가능한 선택지를 제안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업의 AI 활용은 결국 자동화에서 의사결정 보조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AI 활용의 3단계
기업의 AI 활용 변화를 크게 보면 세 단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개인 생산성 향상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AI는 문서 작성, 요약, 번역, 아이디어 도출, 자료 정리 등을 지원합니다. 비교적 도입 장벽이 낮고, 직원 개인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가장 먼저 경험한 AI 활용 방식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는 부서 단위 업무 효율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AI가 부서별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자료 검토, 문의 대응, 보고 업무 등을 지원합니다. 고객센터의 문의 분류, 영업팀의 제안서 작성 지원, 운영팀의 일일 리포트 작성, 법무·컴플라이언스 부서의 문서 검토 지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때부터 AI는 개인 도구를 넘어 부서 업무의 일부로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세 번째는 전사 프로세스 개선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AI가 여러 부서와 시스템에 분산된 데이터를 연결해 기업 운영 전반의 의사결정을 지원합니다. 운영 현황, 비용 구조, 리스크 신호, 고객 대응 정보 등을 종합해 판단에 필요한 근거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AI는 더 이상 특정 직원이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기업 운영 체계 안에 내장된 의사결정 지원 인프라가 됩니다.
중요한 점은 모든 기업이 곧바로 세 번째 단계로 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개인 생산성 향상에서 시작해, 부서 단위 업무 효율화로 확장하고, 이후 전사 프로세스 개선으로 발전하는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AI 활용의 성숙도는 결국 기술의 수준만이 아니라, 조직이 업무와 데이터를 얼마나 잘 정리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해양산업에도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해운·항만·물류 기업도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오히려 해양산업은 AI가 적용될 수 있는 업무가 매우 많은 산업입니다. 선박 운항, 항만 작업, 화물 스케줄, 고객 문의, 안전 관리, 정비 이력, 규정 문서, 계약 자료 등 방대한 데이터와 문서가 매일 생성되고 활용됩니다.
다만 해양산업의 업무는 복잡하고, 여러 이해관계자가 연결되어 있으며, 안전과 책임의 중요성이 큽니다. 따라서 AI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업무의 성격과 위험도에 따라 AI의 역할과 적용 범위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고서 작성, 문서 검색, 회의록 요약, 고객 문의 분류처럼 반복적이고 사람이 검토할 수 있는 업무는 AI 적용을 비교적 빠르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선박 운항 판단, 안전사고 대응, 법적 책임이 수반되는 계약·규제 판단 등은 AI가 보조할 수는 있지만, 최종 판단은 반드시 사람이 수행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기업의 AI 활용은 단순히 “AI를 도입했는가”가 아니라, “AI가 어떤 업무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로 봐야 합니다. AI가 초안을 작성하는지, 데이터를 찾아주는지, 이상 징후를 알려주는지, 의사결정 대안을 제시하는지에 따라 업무 변화의 양상은 달라집니다.

Lessons Learned: AI는 기술이 아니라 업무 방식의 변화다
기업의 AI 활용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AI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AI가 실제 업무에서 어떤 과제를 해결하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단순히 최신 모델을 빠르게 도입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반복 업무를 찾아내고, 그 업무에 필요한 데이터를 정리하며, AI가 만든 결과를 사람이 어떻게 검토할지 기준을 세우는 기업입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업무의 맥락이고,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활용 방식입니다.
해양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는 선박을 대신 운항하고, 항만을 완전히 자동화하고, 모든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만능 도구가 아닙니다. 그러나 AI는 반복 업무를 줄이고, 복잡한 데이터를 빠르게 정리하며, 담당자가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업의 AI 활용은 “얼마나 많은 솔루션을 도입했는가”가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방식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AI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을 들여오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업무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방식을 함께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해양산업의 AI 활용도 이제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자동화에서 의사결정 보조로, 개인 도구에서 조직의 운영 체계로, 기술 실험에서 실제 업무 변화로 이동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 해양기업이 주목해야 할 AI 활용의 핵심 변화입니다.